결국 1,000시간을 들여 직접 만든 일본어 교재, 무엇을 다르게 했을까요?
교재는 많이 샀습니다. 그런데 그날 수업에서 학생을 직접 말하게 할 페이지는 제가 다시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말이 되는 일본어』를 만들었습니다. 제작에 1,000시간 넘게 들었습니다. 오래 만들었다는 사실보다, 그동안 어떤 선택을 했는지 보여드리는 편이 교재를 이해하기 좋을 겁니다.
책의 설명은 쉬운데 내 대답은 안 나왔던 분이라면, 아래 같은 문장으로 하는 세 활동을 봐주세요. 글자가 적은 페이지와 반복판, 대화 장면을 왜 다르게 만들었는지 직접 비교하실 수 있습니다.
같은 틀을 끝까지 쓰지 않았습니다
소리 파트의 초반 교재에는 글자가 거의 없습니다. 텍스트를 먼저 읽기보다 듣고 따라 말하고 자기 문장으로 바꾸는 흐름을 앞에 두었습니다. 익숙한 문형을 빠르게 꺼내는 스포츠 파트는 반복하고 조합할 연습판으로, 대화 파트는 장면과 질문을 중심으로 바뀝니다. 필요한 활동이 바뀌니 페이지의 생김새도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 파트 | 레벨 | 중심 활동 |
|---|---|---|
| 소리 | 1~7 | 듣고 따라 하며 내 문장 시작 |
| 스포츠 | 8~14 | 배운 문형과 형태를 반복해 꺼내기 |
| 대화 | 15~21 | 주제와 장면에서 대답을 넓히기 |
같은 문장이라도 지금 할 활동은 달라집니다
「コーヒーを飲みます。」라는 표현을 예로 들어볼게요. 처음에는 글자를 많이 채우기보다 커피를 마신다는 뜻과 소리를 연결합니다. 듣고 따라 한 뒤 차나 물로 바꿔 내 문장을 만들죠. 글자는 익힌 소리가 어떻게 적히는지 확인할 때 함께 씁니다.
재료가 익숙해지면 질문의 시간과 마시는 것을 바꿔 반응합니다. 어제의 일은 飲みました로, 마시지 않는 말은 飲みません으로 꺼냅니다. 뜻을 천천히 해석할 줄 아는 것에서 실제 대답에 맞는 모양을 고르는 활동으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중간 파트에는 반복하고 조합할 판이 필요했습니다.
대화에서는 언제 마시는지, 함께 간 사람은 누구인지, 평소에도 그런지 질문이 달라집니다. 익숙한 예문 하나를 외워 읽는 일로는 그 반응을 전부 대신하기 어렵죠. 장면과 질문을 다르게 만나 배운 재료를 넓혀 쓰게 해야 합니다. 같은 양식에 단어만 바꿔 넣는 책으로 끝내지 않은 이유입니다.
자주 만나고 다시 쓸 말을 골랐습니다
일본어 말뭉치 6,500만 단어의 빈도 데이터를 참고해 단어를 선별했습니다. 수만 단어를 같은 힘으로 외우기보다, 반복해서 만나고 문장에 다시 쓸 재료부터 잡고 싶었습니다.
여기에 학생의 일과 취미, 목표에 필요한 말을 더합니다. 빈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람의 우선순위가 같지는 않습니다. 처음 쓸 재료와 방법은 기초 300 자료 안내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첫 책에 모든 예외를 모으는 대신, 지금 다시 쓸 말을 고릅니다
빈도 데이터를 본 이유는 처음의 연습 재료를 고르기 위해서입니다. 외우기 어려운데 당장 쓸 자리도 드문 말과, 여러 대답에 다시 들어갈 말은 초보자에게 같은 순서가 아닙니다.
자주 쓰는 재료를 먼저 배우고, 직업과 취미처럼 개인에게 필요한 말을 더하게 합니다. 배운 말을 교재의 다른 대답에서도 다시 쓰게 하려는 선택입니다.
덜어내는 일도 그런 판단이었습니다. 필요한 문법까지 없애자는 뜻이 아닙니다. 예외 설명이 길어 당장 예문 한 번 말해보지 못한다면, 지금 쓸 기본형과 활동을 앞에 두는 겁니다. 나중에 필요한 지점에서 예외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순서를 나눕니다.
“쉬운데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라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쉬운 활동에서도 글자를 가리고 다른 재료로 답하게 하면 새 과제가 됩니다. 내용을 어렵게 만들려고 설명을 더하기보다, 학생이 직접 해볼 대답의 종류를 늘렸습니다. 필요한 난도가 책의 글자 수와 언제나 같지는 않습니다.
설명보다 학생이 하는 일을 남겼습니다
예를 들어 飲みます를 배웠다면 음성을 따라 말하고, 마시는 것을 바꿉니다. 다음에 家で를 배우면 家で水を飲みます。(집에서 물을 마셔요.)라고 앞의 말을 다시 씁니다. 한 페이지를 끝냈다고 그 표현과도 헤어지는 교재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수업에서 학생이 반복해서 걸리는 부분은 고쳐왔습니다. 이 글의 커피 문장으로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듣고 뜻을 떠올리는지, 글자를 덮어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는지 보는 겁니다.
따라 읽기는 됐는데 글자를 덮으면 멈춘다면, 더 필요한 활동이 보입니다. 같은 페이지를 오래 읽는 일과 소리만으로 뜻을 알아듣는 일도 나누어 봐야겠죠.
수업에서 걸리면 다시 고치는 교재입니다
저자가 보기에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두 페이지도 학생에게는 큰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앞의 예문은 따라 했지만 다음 질문에서 단어를 못 고르는 장면이 보이면 그 사이의 활동을 다시 봅니다.
설명 한 줄을 더할지, 짧은 교체를 먼저 넣을지 결정합니다. 지금까지 300명이 넘는 수강생이 이 교재로 배우며 막힌 지점을 보여주셨습니다. 제작이 끝난 뒤에도 그 반응을 보고 수정이 이어집니다.
듣기 방법을 알려드렸는데 혼자서는 연습이 이어지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게 중요합니다”라고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듣고 답하는 활동이 교재와 수업 안에서 이루어지게 바꿨습니다.
혼자 하는 연습이 끊긴다면, 복습 자료를 찾아 여는 순서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수업에서 쓴 구간과 다시 들을 음성이 따로 놀면, 찾는 데서부터 공부가 멈추니까요.
배운 문장과 짝인 음성을 열고, 짧게 듣고, 답을 보지 않고 말할 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복습하라는 안내를 읽은 뒤 실제로 무엇을 하게 되는지까지 보는 겁니다.
일본 대학에서 가르치는 60대 교수님 수강생은 “만드신 교재, 아주 훌륭합니다”라고 남겨주셨습니다. 저는 그 평가가 고맙고, 다음에 써야 할 페이지도 같은 기준으로 봅니다. 저자가 많이 아는 것을 보여주는가보다 학습자가 자기 말을 하나 더 하게 되는가를요.
시중 교재로 공부하고 있다면, 사용하는 순서부터 봐주세요
제가 본 많은 책에는 문자, 어휘와 문법 설명, 독해, 회화 코너가 순서대로 들어 있었습니다. 목적에 맞게 쓰면 좋은 도구입니다. 다만 회화가 목표인데 글자를 읽고 설명을 이해하는 데 시간을 전부 쓰면, 그 안에 있던 말을 실제로 꺼내볼 차례가 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수업용 페이지를 따로 만들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미 가진 책으로도 한 과를 펴고 순서를 바꿔볼 수 있습니다. 먼저 짧은 예문 음성을 듣고 뜻을 확인합니다. 글자를 덮고 같은 말을 해본 뒤, 주어나 장소를 자기 상황으로 바꿉니다. 문법 설명은 왜 그 모양이 됐는지 확인할 때 다시 폅니다. 새 책을 사기 전에 지금 책에서 말할 활동을 꺼내보세요.
그때 음성 한 문장을 다시 찾기 어려운지, 질문은 있는데 예문을 읽는 것밖에 못 하는지도 보입니다. 수업용 교재에서는 그런 공백을 메우고 싶었습니다. 소리와 질문, 바꾸어 말할 자리를 같은 학습 흐름 안에서 찾게 하려는 겁니다. 설명을 짧게 만들기만 하면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시중 교재의 샘플을 볼 때도 답이 적힌 칸과 답을 보지 않고 말할 칸을 구별해보세요. 앞 문장을 그대로 읽는 차례인지, 배운 단어로 새 대답을 만드는 차례인지요. 그 사이에 필요한 음성과 예가 있는지도 봅니다.
설명을 읽고 나서 커피를 차로 바꿔 말할 수 있는지 직접 해보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페이지가 화려한지보다, 그 페이지를 덮은 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페이지가 대신해줄 수 없는 일도 있습니다
학생이 왜 멈췄는지 보고 기다릴지, 예를 더 줄지, 같은 문장을 다시 말하게 할지 정하는 일입니다. 수업에서는 담당 선생님이 그 판단을 하고, 저도 첫 수업과 리포트로 방향을 함께 봅니다.
『말이 되는 일본어』는 수강생이 선생님과 함께 쓰는 교재입니다. 혼자 사용할 책을 고르는 중이라면 공개 샘플 한 과를 보는 기준을, 이 교재로 배우는 모습이 궁금하다면 수업과 복습을 잇는 과정을 보세요. 누구에게나 같은 책을 권하기보다, 그 자료를 펴고 무엇을 직접 할지부터 보셨으면 합니다.
21레벨을 모두 끝낸 뒤에야 말을 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첫 레벨부터 짧은 대답을 만들고, 현재 상태에 맞춰 연습 비중을 조정합니다. 어느 단계에서 시작하고 얼마나 걸릴지는 해온 공부와 수강 빈도, 수업 밖 연습을 함께 봐야 합니다.
제작한 책을 따로 판매하지 않고 담당 선생님의 수업과 복습에 연결하는 이유도 학생의 반응에 따라 바꿀 일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교재인지 보는 마지막 질문은 단순합니다. 그 페이지를 본 학생이, 다음에 무슨 말을 직접 해보게 되는가. 저는 그 답을 계속 고치고 있습니다.

